Adel Taarabt Forgotten MenReza Alfian Maulana

런던서 현란했던 재주꾼이 리스본에서 행복한 살림꾼으로…잊혀진 스타 아델 타랍

[골닷컴] 강동훈 기자 = 벤피카와 리버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전반 44분경. 하프라인 밑쪽 지역에서 패스를 받은 아델 타랍(33)은 전방으로 침투하던 하파 실바(29)를 향해 정확하게 롱패스를 찔러 줬다. 실바가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수의 견제를 받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고, 벤피카는 이날 경기에서 패했지만 몇 년 전 영국 축구 팬들을 열광시켰던 타랍을 다시 기억나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타랍은 2010년대 초반 퀸즈파크레인저스(QPR)에서 활약하던 시절 가장 스릴 넘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화려한 드리블을 좋아했고, 환상적인 골도 종종 터뜨렸다. 하지만 요즘 그는 벤피카에선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데, 이는 과거 런던 서부에서 그를 지켜본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스타일과는 다르게 바뀌었다.

타랍은 과거에 체력 부족과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리버풀을 상대로는 미드필더 세 명과 좌우 측면 공격수들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고군분투했다. 확실히 타랍의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는 모습이었다. 특히 2009년과 2011년 사이에 잉글리시풋볼리그(EFL) 챔피언십에서 뛰던 시절 상대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흔들면서 활약하던 타랍의 스타일을 봤던 팬들 입장에선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다.

타랍은 불과 17세 때 랑스(프랑스)를 떠나 잉글랜드로 건너갔다. 2007년 1월에 토트넘과 임대 계약을 맺었다가 그해 여름 완전 이적했다. 영국 매체 '토크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프랑스에 있을 때, 프리미어리그를 항상 보고 있었고 토트넘과 계약을 맺었다. 토트넘 지휘봉을 잡고 있던 데미안 코몰리(49·프랑스)가 나를 설득했다. 그 당시 나는 프랑스 U-17 대표팀에서 뛰었고 어느 리그에서든 빅3 팀으로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Adel Taarabt BenficaGoal/Getty

하지만 타랍은 토트넘 이적 후 후안데 라모스(67·스페인) 감독과 해리 레드냅(75·잉글랜드) 감독 밑에서 경기에 출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2009년 3월에 QPR로 임대되었다. 이때부터 그의 흥미로운 커리어가 시작되었다.

2009년 10월 1일 프레스턴과의 EFL 챔피언십 경기에서 타랍의 득점으로 당시 관중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터치라인에서 골킥을 받은 후 돌아서서 아크 정면까지 개인기로 세 명의 수비수를 제쳐내더니, 골문 구석으로 슈팅을 꽂았다. 개인 기술과 장거리 슈팅이 혼합된 경이로운 골이었다. 그리고 다음 시즌까지도 타랍은 커리어 전반기의 정점을 찍었다.

타랍은 2010-11시즌 EFL 챔피언십 44경기에서 19골 21도움을 기록했고, 닐 워녹(73·잉글랜드) 감독 밑에서 QPR의 2부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토트넘을 떠나 100만 파운드(약 15억 원)에 영구 이적한 그는 EFL 챔피언십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었고, 이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

이 같은 활약 속에 타랍은 프리미어리그 스타덤에 오를 수 있는 발판이 되어야 했지만, 격변의 여름이 그를 혼란에 빠뜨렸고, 더는 예전과 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10년 후 그는 당시 파리 생제르맹 이적이 무산된 일화를 밝혔다.

타랍은 지난해 본 매체(골닷컴)와 인터뷰에서 2011-12시즌을 앞두고 파리 생제르맹과 계약하려고 했었는지 질문에 대해 "그렇다. 파리에서 나세르 알 켈라이피(48·카타르) 회장과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레오나르두 아라우주(52·브라질) 단장이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고 했고, 최종적으로 이적료가 발생하게 되자 거래가 무산됐다"고 말했다.

타랍은 2011-12시즌 27경기에 출전해 2골에 그치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 다음 시즌에는 33경기 동안 5골 5도움으로 조금은 나아졌지만 하락세를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후 토트넘 시절 본인을 외면하면서 이적시킨 레드냅 감독과 QPR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QPR은 강등을 피하기 위해 선수를 영입하는 데 막대한 돈을 투자했는데, 그는 거침없이 견해를 밝히며 비판하기도 했다.

Adel Taarabt Harry RedknappGoal

타랍은 "QPR 선수 중 절반은 구단에 관심이 없었고,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이적했다. 나는 더 많은 급여를 받긴 했으나 축구를 좋아했기 때문에 축구에만 신경 썼다"며 "프리시즌 때 레드냅 감독에게 '현재 팀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레드냅 감독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경기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나에겐 나쁜 감독이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타랍은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풀럼(잉글랜드)과 AC밀란(이탈리아)으로 임대를 떠났고, QPR로 복귀한 후 벤피카로 이적했다. 벤피카에서 한 시즌 반 동안 1군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했고, 제노아(이탈리아)로 임대됐다.

그러나 2019년 초부터 상황은 바뀌었다. 벤피카 B팀 감독인 브루노 라즈(46·포르투갈) 감독이 1군 지휘봉을 잡은 후 타랍은 출전 기회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로 뛰었고, 다르윈 누녜스(23) 등 젊은 선수들이 윗선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타랍은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을 통해 새 역할에 대해서 "영국에선 자유롭게 뛰었고, 내게 요구된 것은 기회를 만드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벤피카에선 기회를 만드는 것에 더해 수비적인 역할도 맡고 있다. 박스 주변까지 가지 않고, 그 뒤에서 패스를 연결한다. 지금은 팀플레이가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타랍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거나 기억하는 것과는 다르게 경기장에서 조용한 플레이로 스타일이 바뀌면서 커리어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패스가 증명하듯이 그의 재능만큼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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