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AFCAFC

아시안컵 유치 실패... 언제까지 명분만 앞세울 것인가?

[골닷컴] 김형중 기자 = 2023 AFC 아시안컵 개최지가 카타르로 최종 확정되었다. 한국은 63년 만에 대회 개최에 도전장을 냈지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지난 17일 오후(한국시간) 아시아축구연맹(AFC)는 2023 AFC 아시안컵 개최지를 발표했다. 카타르와 한국의 2파전 구도였지만 결국 카타르 개최로 결정되었다. 카타르는 오는 11~12월 2022 FIFA 월드컵을 치른 후 다시 한번 메이저 이벤트를 유치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2024년 AFC 23세 이하 아시안컵 개최도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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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60년 2회 대회 개최 이후 63년 만에 유치를 위해 나섰다. 하지만 AFC 집행위원회 위원들의 마음을 사는 데 실패했다. 현재 아시아 축구의 판도가 중동세 위주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대회는 동아시아에서 개최할 차례였다. 2011년 대회도 카타르에서 열렸고, 2027년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력한 가운데, 중국이 포기한 대회는 동아시아 국가에서 열려야 한다는 명분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명분만 가지고 AFC를 설득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실리가 있어야 한다. AFC는 막대한 재정을 무기로 총공세를 펼치는 카타르의 손을 들어주었다. 오일 머니를 등에 업고 자국 기업의 스폰서 참여, AFC가 부담해야 할 각국 선수단 체류비 등 대회 운영비를 부담하겠다는 조건 등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FC에 한국 기업 스폰서 하나 없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반면 한국이 앞세운 전략은 명분 뿐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회 유치를 준비하면서 축구와 K-컬처를 융합한 대회로 아시아 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개최지 선정 직전에 와서 글로벌 스타 BTS까지 활용해 유치를 홍보했다. 과연 AFC 집행위원들이 'K-컬처와 BTS가 아시안컵이라는 대회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의문이다. 또한 AFC 입장에서 한국이 앞세운 명분이 AFC와 대회 자체에 얼마나 매력적인 요소였을지 모르겠다.

정몽규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의 외교력도 아쉽다. 현재 AFC 집행위원 23인 중 한국인은 없다. 바레인 출신 회장 아래, 카타르, 이란, 중국, 몽골, 미얀마, 북한 출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행위원회에 한 명의 한국인도 없는 상황에서 대회 유치에 도전했다는 점도 아쉽다. 그동안 얼마나 국제 축구 행정 및 외교에 진지한 대응을 하지 못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 월드컵 진출에 11회나 성공한 국가답지 않은 외교력의 한계다.

짧은 시간의 준비 과정도 문제다. 기존 개최지였던 중국이 지난 5월 코로나 유행을 이유로 개최권을 반납했다. 대한축구협회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유치 준비에 착수했다. AFC 집행위원들을 개별 접촉하여 한국 개최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반면, 카타르는 평소 AFC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중동이 아시아 축구의 중심이 되고자 노력했다.

과거 1996년 가을, 한국과 일본의 2002 월드컵 공동 개최가 결정됐다. 이어 개막전은 한국, 결승전은 일본에서 열린다고 발표됐다. 한국은 명분을, 일본은 실리를 얻었다고 평가 받았다. 하지만 일본이 그 실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 FIFA가 일본 기업들로부터 스폰서십이라는 실리를 챙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주고 받는 게 있어야 하는데, 명분만 앞세운 행정이 안타깝기만 하다. 대한축구협회는 유치 실패에 따른 깊은 반성과 함께, 향후 국제 경쟁력과 축구 외교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하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행정과 외교도 실리를 위한 중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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