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타가트

수원이 반한 골잡이 타가트, “전 쌈장에 반했어요” [이웃집 K리거 시즌2]

브라질,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스페인, 키프로스, 몬테네그로, 영국, 프랑스, 세르비아, 네덜란드, 코스타리카, 미국, 일본, 베트남, 호주, 우즈벡, 루마니아, 콜롬비아, 에스토니아, 나이지리아, 에콰도르, 우크라이나, 오스트리아, 중국. 24개국에서 온 73명. K리그 외국인 선수들의 국적과 숫자입니다. 그들이 얘기하는 K리그와 한국 생활은 어떨까요? 골닷컴이 <이웃집 K리거>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시즌2의 두번째 손님은 빅버드의 새로운 골잡이, 아담 타가트 선수입니다.

[골닷컴] 서호정 기자 = 빅버드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수원월드컵경기장은 홈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수원삼성 블루윙즈를 믿는 열혈 신자들의 집회 장소로 돌변한다. 이 곳에는 팀과 팬들로부터 절대적 믿음을 얻는 선수가 전통적으로 이어졌고, 그들에겐 이름이나 성에 갓(God, 신)이 더해진 별칭이 붙었다.


주요 뉴스  | "​[영상] 피구, "음바페는 호날두, 호나우두의 10대 때와 동급""

2019년 빅버드에 강림한 새로운 갓은 발음마저도 흡사한 아담 타가트다. 팬들이 ‘타갓’이라고 부르는 그는 아시아쿼터로 영입된 전 호주 국가대표 공격수다. 늦게 팀에 합류했음에도 빠르게 적응을 마친 타가트는 첫 경기부터 골을 터트리며 기대를 모았다. 초반 3연패에 빠진 팀을 구한 첫 승도 타가트의 멀티골이 폭발한 4라운드 인천전이었다.

9경기에서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에 완벽히 안착한 타가트는 지난 1월 수원 이적을 간절히 원했다고 고백했다.

“사실 수원에 굉장히 오고 싶었어요. 전 소속팀인 브리즈번에서 힘든 시즌을 보냈거든요. 해외로 나가서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싶어졌어요. 수원은 호주에서도 유명해요. 팀에서 뛰었던 호주 선수들도 높이 평가하는 팀이죠. 그래서 수원행은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어요.”

타가트에게 확신을 심어준 것은 과거 수원에서 뛴 호주 국가대표 센터백 매튜 저먼이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이티하드로 이적하기 전까지 수원에 강한 애정을 보였던 그는 타가트에게 수원을 적극 홍보했다.

“매튜를 상대로 경기를 많이 뛰었죠. 제가 한국에 간다고 하니까 메시지를 보내더라고요.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며 수원 선수들, 팬들에 대해서 많이 칭찬하더라고요. 한국 생활에 만족했다는 말도 했죠. 매튜는 K리그에 있다가 호주 대표팀에도 뽑히고 알 이티하드로 가게 됐잖아요? K리그에서 잘 된 호주 선수가 그렇게 말해주니 힘이 됐죠.”

K리그에서 뛴 지 2개월. 타가트는 자신이 서 있는 무대가 흥미롭다고 말했다. 짜임새 있고, 선수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팀마다 템포가 빠른 만큼 K리그에서 뛰는 것은 자신의 수준도 높여줄 수 있다고 했다. 도전적이고 강한 수비를 뚫기 위해 타가트 본인도 더 노력하는 중이다. 아주 탁월한 신체 조건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움직임과 위치 선정에 더 집중하는 것이 골을 넣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다소 무료했던 호주 생활을 접고 해외에서의 도전을 원했던 그에게 K리그는 매 순간 흥미롭다.

이임생 감독의 축구에 대해서도 만족을 표시했다. 박진감 있는, 이기는 축구를 원하는 철학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팀이 함께 해야 한다는 접근 자체에 타가트는 동의했다. 그래서 그는 득점왕보다 경기를 이길 때의 기분이 더 많이 만끽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저는 이임생 감독님이 참 좋아요. 팀 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이길 바라는데, ‘다 함께’를 강조하는 부분이 맘에 들어요. ‘승리도 패배도 함께 나누자‘라는 마인드인데, 시즌이 긴 만큼 그런 태도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길 원하고, 관중들에게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고 싶어 하죠. 관중을 열광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경기를 뛰는 것을 더 보람차고 재미있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최근 타가트는 SNS에 대해 수원 팬들의 특별함을 언급했다. 또한 자신에 대한 응원에도 감사함을 나타냈다.

“새로운 멤버인데도 반겨주는 팬들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팬들 덕분에 수원에서 뛰는 것이 더 재미있습니다.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수원 팬들은 대단하다고 느껴요. 원정 경기에 가도 홈 경기 같거든요. 홈팀 보다 팬들이 많으니까요! 덕분에 홈 경기뿐 아니라 원정 경기도 너무 재미있게 뛰고 있어요. 홈 경기 때는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고 더욱 더 팬을 위한 축구를 하고 싶어져요. 수원 팬들을 위해서 뛸 수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많은 팀 동료들이 타가트의 한국 적응을 돕고 있지만, 역시 데얀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K리그에 오기 전 이미 데얀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 타가트는 같은 스트라이커로서 그에게 배우는 것이 많다고 했다. 한국에서 10년을 보내며 한국의 축구와 문화를 잘 이해하는 데얀 덕분에 어린 외국인 선수인 타가트는 적응이 수월해졌다.

데얀 덕분에 타가트가 빠진 한국 음식도 있다. 바로 쌈장이다. 데얀의 권유로 접한 쌈장은 이제 타가트에겐 식사를 할 때 없어서 안 될 ‘최애’ 음식이 됐다.

“쌈장은 제 최애 음식이죠. 모든 음식에 찍어 먹어요. 구단 식당에 있으면 한 그릇 떠서 먹어요. 다른 한국 음식도 좋지만 쌈장은 진정한 혀르가즘이죠.”

10대 시절 뉴캐슬 제츠에서 함께 뛴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 공격수 에밀 헤스키도 데얀처럼 타가트의 축구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줬다. 타가트가 뽑은 최고의 동료였다.

“어린 나이에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었죠. 그 중에서도 헤스키는 유난히 특별했어요. 모든 스트라이커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어요. 크고, 강하면서도, 원하는 곳으로 패스를 해줄 수 있었죠. 그와 함께면 저는 그저 파고드는 움직임과 슛을 시도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됐어요. 훈련장에서나 경기장에서나 함께 있으면 즐거운 선수였고, 그런 스타 선수와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기뻤습니다.”

만 20세가 지난 시점에 타가트는 호주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뉴캐슬 제츠에서 A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한참 주가가 오를 때였다. 그는 브라질에서 열린 월드컵 본선에도 가 네덜란드, 스페인을 상대로 경기를 치렀다. 월드컵 최종명단 확정은 그의 21살 생일에 받은 선물이었다. 당시 월드컵을 준비하고 대회를 치르는 두 달가량은 타가트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었다. 그래서 타가트는 다시 대표팀에 가고 싶다는 강한 동기부여로 훈련과 경기를 소화해낸다.

“어렸을 때 존경했던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 꿈은 크게 꿔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죠. 대표팀에서 다시 뛰고 싶은 마음이 많은 동기 부여가 됩니다. 제 능력의 최대치를 끌어올려서 대표팀에서 다시 뛰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죠.”

한국과 타가트의 특별한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표팀의 신예였던 타가트는 한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 참가했고, 중국을 상대로 골을 기록했다. 그의 A매치 3번째 골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 득점이다.

“교체로 투입됐는데요. 갖다 대면 되는 쉬운 골이었지만, 넣으니까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어요. 사실 이번에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그 골이 한국에서 넣은 골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어요. 이미 한국에서 좋은 기억을 만들었으니까 이번에도 한국이 제게 특별한 나라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주요 뉴스  | "​[영상] Goal 50 1위 모드리치 "챔스 4연속 우승 도전할 것""

브라질 월드컵 이후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타가트의 축구 인생은 꼬였다. 기대 속에 당시 잉글랜드 2부 리그였던 풀럼으로 향했지만, 부상으로 많은 것을 이루지 못했다. 2016년 다시 호주로 돌아왔고, 대표팀은 멀어져 있었다. A리그에서 다시 살아나며 이번에는 한국이라는 무대로 오게 된 그는 과거 매튜가 그랬던 것처럼 K리그에서의 활약을 통해 국가대표에 돌아갈 수 있길 소망한다. 93년생인 그에게는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남았다.

“다시 대표팀에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수원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죠. 저를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팀이니까요. 당장은 매일 열심히 훈련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매튜도 K리그에서 그 만큼의 노력을 했기 대표팀에 차출된 거잖아요. K리그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 만큼 실력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쉬운 리그가 아니고 매 경기마다 극복해야 할 난관들이 있으니까요. 매튜처럼 저도 K리그에서 열심히 하면서 발전하는 것에 집중할 겁니다.”

차량으로 이동하며 진행된 인터뷰에서 축구 얘기에 집중했던 타가트는 그를 위해 마련된 특별 장소로 인터뷰 자리를 옮겼다. 한국에서의 매 순간이 소중하다는 그에겐 또 어떤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타가트의 인터뷰 2탄은 다음주 금요일(5월 10일) 유튜브 채널 'GOAL TV' 영상과 함께 공개됩니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