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창원축구센터] 서호정 기자 = 경남FC의 김종부 감독은 포커페이스로 유명하다. 골이 터져도,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벤치에서 덤덤한 반응이다. 득점 상황에서는 기뻐하는 코치들과 가볍게 손을 맞잡는 정도다. 팬들 사이에서는 김종부 감독의 경기 중 감정 사이클이 늘 일정하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그런 김종부 감독이 시즌 1호 격정적 세리머니를 했다. FC서울과의 K리그1 29라운드가 열린 22일 창원축구센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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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남은 부진에 빠졌다. 수원, 전북, 전남을 상대로 1무 2패를 기록했다. 지난 전남전에서는 3-3으로 비겼지만 전반에 2-0으로 앞서다 3골을 실점하며 뒤집혔다가 말컹의 골로 간신히 비긴 경기였다. 경남이 3경기에서 승점 1점을 챙기는 동안 3위 울산은 승점 6점을 쌓으며 승점 2점 차까지 추격해왔다. 자칫 이번 라운드 결과에 따라 양팀 순위가 바뀔 수 있었다.
전남전이 끝난 뒤 김종부 감독은 이례적으로 선수단 전체에 정신교육을 했다. 그는 팀 전체 미팅에서 “따라오기 싫고, 아픈 선수들은 쉬어라. 함께 할 각오가 있는 선수들과 하겠다”라며 쓴 소리를 했다. 그 동안 없는 살림에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다독이고 격려해 왔던 그지만 전남전의 무기력한 경기 이후엔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서울전을 앞두고 만난 김종부 감독은 선수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그는 “도민구단이다 보니 시즌 막판 중요한 승부에서 선수들의 사기를 올리고 동기부여를 줄 무언가(승리수당)가 없는 현실이다”라고 한숨을 쉬면서도 “그래도 우리는 도민들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마음 편히 축구를 하고 있다. 그 의무감을 잊어선 안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신력을 강조하고 전술, 전략을 준비하는 것뿐이었다.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그렇게 돌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상대인 서울도 이날 각오가 남다르긴 마찬가지였다. 5경기 연속 무승(1무 4패)의 부진에 빠진 서울은 경남전 필승을 외쳤다. 경고누적에서 돌아온 고요한, 신진호 등을 앞세운 이을용 감독대행은 “오늘 우리는 경남보다 더 뛰고, 절실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은 안델손이 전반 17분 만에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전반 43분 김한길이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을용 감독대행은 후반에 말컹 투입에 대응해 스리백으로 전환하며 승리를 지키고자 했다. 김종부 감독은 말컹 혼자 전방에서 풀지 못하자 김근환을 투입하는 묘수를 냈고, 결국 동점공을 뽑았다. 후반 43분에는 마지막 교체카드였던 베테랑 배기종이 역전골을 넣으며 김종부 감독의 교체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
배기종의 골이 터지자 김종부 감독은 평소와 달리 양 주목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현역 시절 골을 넣으면 하던 것처럼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격정적인 환호를 하고 양손을 모으며 눈을 감았다.
경기 후 김종부 감독은 “최근 부진으로 선수들이 여유가 사라졌다. 나도 전술적인 활용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 꼭 이기고 싶어서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 선수들과 함께 문제점을 풀고 도력했는데 그런 부분이 승리로 이어져서 마지막 득점 때 격정적으로 좋아했다”라며 보기 드문 세리머니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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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선수들과 목표를 다시 설정했다. 우승하기엔 스쿼드가 부족하다. 1부 리그에 확실히 정착해야 한다. 다만 울산과의 경쟁과 맞대결에서 밀리지 않겠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겠다”라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역전패를 당한 이을용 감독대행은 경기 후 “선수들은 100%를 다 발휘했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결과를 책임지겠다”라는 소감만 남기고 기자회견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