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뮐러대한축구협회

4년간 쌓아온 '빌드업 축구' 잃을 위기…뮐러 위원장 "단순하고 빠르게"

[골닷컴] 강동훈 기자 = "역습을 통해 조금 더 단순하게 빠른 속도로 득점할 수 있는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

마이클 뮐러(58·독일)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전임 감독의 철학과 전술 색채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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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2018년 8월 부임한 벤투 전임 감독이 뚜렷한 철학과 쉽게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바탕으로 지휘하면서 '빌드업 축구'를 완성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위에 있는 팀들을 상대로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결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일궈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4년 동안 공들여 쌓은 '빌드업 축구'가 무너지는 상황을 가만히 바라봐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찾지 못하면서 '퇴보'할 위기에도 처했다.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위르겐 클린스만(58·독일) 감독을 선임한 후 설명한 것을 따져보면 '주도하는 축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이 떠난 후 미래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는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에게 기대하는 건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고, 득점을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역습을 통해 단순하고, 빠르면서 쉽게 득점하는 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빌드업 축구', '주도하는 축구'를 이어갈 계획이 구상에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의 말에는 '모순'이 있다. 지난 1월 기자회견 당시 4년간 쌓아온 철학을 이어갈 감독을 선임할 것인지에 대해서 묻자 "물론이다. 새롭게 부임하게 될 감독은 그동안 만들어온 철학과 연계된 지도자로 선임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어떻게 해왔는지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달 사이에 말을 바꾸면서 논란을 더 크게 초래한 것이다.

'빌드업 축구'는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4년이란 시간 동안 여러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완성됐다. 특히 조직력을 맞출 시간이 극히 한정적인 데다, 소집 때마다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대표팀 특성상 그 과정은 더욱 험난했다.

그렇게 모두의 노력 속에 만들어진 '빌드업 축구'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입증하며 더는 국제 대회에서 웅크리지 않고 당당하게 어깨를 펼 수 있게 됐다. 태극전사들도 예전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달라진 전술 체계에 기뻐하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를 하루아침 잃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선임 당시 약속했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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