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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AL 인터뷰 1편] 은퇴 후 ‘회사원’으로 새 출발한 황카카

[골닷컴, 문정동] 김형중 기자 = 선수들은 현역 은퇴 후 보통 지도자의 길을 걷기도 하고, 축구와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여기 회사원이 된 은퇴 선수가 있다. 다만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한국 축구에 기여할 수 있는 회사원이다.

황진성. 포항을 비롯한 K리그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이름이다. 뛰어난 테크닉과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포지션은 그를 ‘황카카’로 불리게 했다. 은퇴 후 회사원이 된 황진성을 그의 일터에서 만났다.

그의 직장은, 지난 3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업무 협약을 맺은 IT 스타트업 기업 큐엠아이티(QMIT)이다. 이곳에서 개발해 운영하는 ‘플코(Plco)’라는 서비스는 K리그 22개팀의 유스팀 (U-15, U-18) 선수의 컨디션 관리 및 부상 방지에 도움을 주고 있다. 황진성은 큐엠아이티(QMIT)가 운영하는 ‘플코짐’에서 스킬 코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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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냈나?

처음에 은퇴하고 여러가지 배워보고 싶어서 돌아다니다가, 선배 형이 하던 축구교실 운영을 맡아서 했다. 1년 6개월 하다가 정리하고, 큐엠아이티(QMIT)에 입사해 일하고 있다.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에 여기 대표님, 이사님과 인연이 되어서 회사 설명을 듣고 저도 배워보고 싶어서 합류했다.

큐엠아이티(QMIT) 이상기 대표도 전직 K리거였다. 현역 시절에 친분이 있었나? 입사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현역 시절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소개를 받아 만났었는데 회사 소개와 비전에 대해 워낙 잘 설명해 주셔서 합류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업무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해달라.

본사가 IT회사다 보니, 데이터 분석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플코짐’에서 선수들에게 스킬 지도, 그리고 그라운드 피지컬 지도까지 묶어서 하고 있다.

입사할 때 주위 반응은 어땠나?

다들 “무슨 회사야?”라고 많이 물어보았다. 부모님도 물어보셨다.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들의 특성을 분석해서 그것에 맞춰서 훈련을 시키는 트레이닝 센터에요. 회사는 IT 회사입니다” 하지만 다들 생소해 한다. “왜 거기로 갔어? 왜 학교 팀 지도자 안하고 거기 갔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난 사실 배우는 게 재밌고 설렌다. 배우면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선수들은 어떤 선수들인가?

유소년 선수들이 많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생 선수들까지 있다. 성인 선수들도 있는데, 대학 선수들이나 프로 선수들, 그리고 여자 선수들도 와서 훈련한다. 유소년 선수 포함해서 엘리트 선수들은 100명이 넘고, 아마추어 선수들(동호인)로 구성된 취미반은 50명 정도 된다.

스킬 담당 코치인데, 다른 분야 코치님도 계신가?

프로 선수 출신 센터장님이 계시고, 스포츠 과학 담당 코치님, 카누 선수 출신인 피지컬 코치님, 여자 축구 선수 출신 재활 담당 코치님이 계신다. 내가 제일 늦게 들어왔다.

그래도 유명 선수 출신이라 선수들이 신기해 하겠다.

에이 아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날 모른다. 심지어 카카도 모른다. 다른 선생님들이 선수들에게 말씀해 주시면, 난 그냥 황카카 검색해 보라고 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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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나온 김에 옛날 얘기를 좀 해보겠다. 황카카는 어디서 온 별명인가?

포항 시절 골 넣고 세레머니를 카카와 비슷하게 했더니 한 팬이 만들어 주셨다.

카카와 기술적으로도 비슷하지 않나?

그렇긴 한데, 스타일은 좀 다르다.

과거 팀 내 브라질 선수들도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선수로 황진성을 꼽았다. 비결은 무엇인가?

그 부분을 많이 생각해봤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아버지도 선수 출신이신데 내가 진짜 애기 때부터 아버지 따라다니며 축구장을 많이 다녔다. 그때부터 천연잔디에서 아버지한테 기본기를 많이 배웠다. 그때부터 기본기가 몸에 베지 않았나 싶다.

아버님도 왼발잡이신가?

아니다. 아버지는 오른발잡이시다.

그럼 왼발은 연습한 건가 선천적인 건가?

손도 왼손잡이고 왼쪽 밖에 못 쓴다. (웃음)

우리나라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중용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수비 가담이 적다거나 체력적으로 부족하다거나. 예를 들어 윤정환, 그 위로는 최문식 같은 선수가 생각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돌이켜 보면 아쉽다. 어릴 때부터 기술만 믿고 이거 하나로 남들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만심 같은 게 있었다. 어릴 때부터 체력 훈련이나 피지컬을 위한 훈련을 많이 했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겠다고 생각한다.

2011, 2012년을 기점으로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약점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나?

예전 인터뷰에서도 많이 얘기했지만, 와이프의 말이 기점이 되어서 상대와 부딪히는 것도 많이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했다. 그랬더니 경기장 안에서 자신감도 생겼고, 그러면서 단점을 극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현역시절 나만큼 기술이 좋았던 선수는?

지금도 친하고 존경하는 선배인 김두현 형이다. 같이 올림픽 대표 합류했을 때 처음 훈련했는데 놀랐다. 기술적으로 클래스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어떤 면에서?) 일단 볼 다루는 게 너무 안정적이었고, ‘저 형 볼은 절대 못 뺏겠다’라고 생각했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도 압도적이었다.

현재 현역 선수 중에는 어떤 선수가 그런가?

요즘은 워낙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가 많다. 최근에 윤빛가람이나 이동경이 생각난다. 특히 이동경은 나와 같은 왼발잡이라 더 많이 보게 된다.

최근 포항 후배 송민규가 전북으로 이적하며 그 과정이 굉장히 뜨거웠다. 황진성이 보는 송민규는?

한국에서 나오기 어려운 스타일이라 생각했다. 저돌적이고 적극적이고, 막혀 있어도 뚫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있는 선수다. 나이가 어린데 좋은 선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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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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