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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Gn 50] 이강인, 한국의 다비드 실바?

[골닷컴] 김형중 기자 = 지난주 막을 내린 FIFA U-20 월드컵에선 많은 이변이 일어났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놀라움은 한국의 결승 진출이었다. 그 돌풍의 중심에는 이강인이 있었다.

이 대회에서 2골 4도움을 올리며 대회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의 영예를 안은 이강인은 지난 2월에야 만 18세가 된 앳된 소년이다. 하지만 토너먼트에서 보여준 편안하고 자유로운 볼 처리와 빠른 풋워크, 그리고 타의 추총을 불허하는 정확한 패싱력은, 많게는 두 살 많은 상대 팀 형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한국의 축구 팬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듯이 이강인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축구 팬 사이에서 유명한 존재였다. 6세였던 2007년 유소년 축구팀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천재성을 널리 알렸다. 태권도 사범인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남다른 운동신경과 선천적으로 타고난 왼발 킥을 바탕으로 '축구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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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팀을 지도했던 한국축구 레전드이자 현 인천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은 6세의 이강인을 보고 "스펀지처럼 기술을 흡수하고, 스피드, 슈팅 등 모두 뛰어난 팀의 에이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Lee Kang-in GFXGetty/Goal

이후 2011년 발렌시아 CF 유소년팀 테스트에 최종합격하며 부모님과 두 명의 누나 포함 가족 모두가 스페인으로 이주하였다. 유소년팀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하며 주목받는 샛별로 성장하자 발렌시아는 2013년 6년 계약을 체결하며 유망주 붙잡기에 나섰다.

2017년, 16세의 이강인은 20세 이하 대회에 나서 맹활약하고, 발렌시아는 그가 더 이상 유소년 레벨에 남아있을 선수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발렌시아 메스타야로 승격시켰다. 이어 지난해에는 바이아웃 8000만 유로(약 1049억 원) 조항을 포함한 4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발렌시아 1군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에게도 더 이상 두고 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강인은 곧 에브로와의 코파 델 레이 경기에서 1군 무대에 데뷔했고, 길지 않은 출전 시간이었지만 라리가와 유로파리그에도 출전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렇다면 발렌시아가 이토록 이강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강인이 처음 발렌시아에 왔을 때부터 지켜봤던 루이스 비센테 마테오 발렌시아 아카데미 디렉터는 지난해 ‘골닷컴 코리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그 물음에 답했다. "이강인 하면 정신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는 1군이나 2군 훈련에 관계없이 매일 더 발전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다. 스페인의 또래 선수들과는 다른 정신자세이다. 물론 재능도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인데, 이강인은 정신력과 재능 모두 특출난 선수이다"

U-20 월드컵 이전인 올해 3월 이강인은 이미 ‘골닷컴’ 선정,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50명의 10대 선수 리스트인 ‘NxGn 50, 2019’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유럽에서도 각광 받는 재능이다.

발렌시아에서는 이미 다비드 실바와 비교 대상이다. 170cm 초반의 신장에 특유의 왼발을 활용한 창조적인 미드필더라는 공통점이 그 이유이다. 같은 발렌시아 유소년 팀 출신이란 점도 닮았다. 또한 실바는 프로에 데뷔하여 셀타 비고 임대를 거친 후 발렌시아의 주전 미드필더가 되었는데, 이강인도 지난 시즌 말부터 임대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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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팬들은 벌써 대한민국 에이스 손흥민과의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기대할 정도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주전 공격수이자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빛나는 활약을 펼쳤던 손흥민이 대표팀 경기에서 이강인의 그림 같은 패스를 받아 골을 터트리는 모습을 상상한다. 지난 3월 성인 대표팀에 소집된 바 있는 이강인이 지금 같은 성장세만 이어간다면 팬들이 그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찌 보면 시간문제일 것이다.

지난 17일, U-20 월드컵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강인은 귀국 인터뷰에서 "골든볼은 모든 팀원이 함께해서 받은 상이다. 앞으로 항상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며 팀을 먼저 생각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재능과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아는 겸손함, 이강인은 글로벌 슈퍼스타로 발돋움할 자질을 모두 갖춘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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