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명승부 '아스날 vs. 토튼햄'

[김현민] 이번 주말 프리미어 리그 경기 중 가장 많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아스날과 토튼햄의 북런던 더비이다. 그동안 양팀은 통산 163번 북런던 더비를 가졌고, 무수한 명승부를 연출해내며 축구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이끌었었다.

2009. 10. 30. 오전 11:13:41

EPL: Robbie Keane - Robin Van Persie, Tottenham - Arsenal (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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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Robbie Keane - Robin Van Persie, Tottenham - Arsenal (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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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런던 더비는 웨스트 햄과 밀월의 동런던 더비와 함께 런던 최고의 더비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폭력적인 면에서 가장 유명한 건 동런던 더비이지만, 세계 축구팬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건 바로 북런던 더비이다. 특히 토튼햄의 주장이었던 솔 캠벨의 아스날 이적 이후 북런던 더비는 숱한 화제들을 만들어 내며 잉글랜드 최고의 인기 더비로 명성을 떨쳐왔었다.

그러면 경기 예상에 앞서 북런던 더비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보도록 하겠다.


# 영역권의 침범

아스날과 토튼햄이 라이벌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바로 영역권의 침범에 있었다. 먼저 북런던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터줏대감은 바로 토튼햄이었다. 이미 토튼햄은 1882년 런던 핫스퍼라는 이름과 함께 런던 북부의 노섬버랜드 파크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1913년, 런던 남부에 자리잡고 있었던 아스날의 전신 울위치 아스날이 자금난을 이유로 북런던에 위치한 하이버리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하이버리의 위치는 토튼햄의 홈구장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단 5km 밖에 나지 않았고, 이에 대해 토튼햄의 구단주는 "명백한 영역권 침범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토튼햄은 잉글랜드 FA에 아스날의 연고지 이전 반대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으나, 당시 FA는 지금처럼 힘이 있는 기구가 아니었기에 아스날의 연고지 이전을 막을 수 저지할 수 없었다.

이 사건이 바로 북런던 더비의 개막이었다.




# 유다 사건


하지만 북런던 더비가 본격적으로 악화된 건 토튼햄의 주장 솔 캠벨이 아스날로 이적하면서부터였다. 2001년 토튼햄과 계약이 만료된 캠벨은 "죽어도 아스날만은 가지 않겠다"며 토튼햄 팬들에게 약속했었다.

당시 캠벨은 인테르, 유벤투스, 그리고 바르셀로나 등 유럽의 빅클럽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하기에 당연히 대다수의 언론들은 캠벨의 다음 행신지로 이탈리아를 예상했고, 토튼햄 팬들 역시 그가 어떤 선택을 하던지 이를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캠벨의 세간의 예상을 모두 깬 채 10만 파운드라는 당시 수비수 최고 주급과 함께 토튼햄의 라이벌 아스날 이적을 선택했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흥분한 토튼햄 팬들은 캠벨에게 무수한 양의 협박 편지를 보냈고, 이로 인해 그는 한동안 경찰의 보호 아래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이후 북런던 더비가 있을 때마다 토튼햄 팬들은 캠벨을 향해 예수를 배신한 13번째 제자인 '유다(Judas)'라는 구호를 외치며 무수한 야유를 퍼부었다.

하지만 이러한 야유에도 불구하고 아스날은 캠벨의 보강과 함께 유일한 약점이었던 수비를 보완했고, 캠벨을 영입한 해에 프리미어 리그와 FA컵을 석권하면서 더블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러자 아스날 팬들을 이를 기념해 토튼햄을 조롱하는 노래를 부르며 토튼햄 팬들을 자극했다.

그 노래 가사는 아래와 같다

"우리는 솔 캠벨을 얻었다. 우리는 솔 캠벨을 얻었다고. 레인(주: 토튼햄 홈구장 애칭)에서 캠벨을 뺏어왔어."

"더블(X3)! 솔 캠벨은 더블을 달성했어. 레인에 있는 너네 창녀 같은 선수들은 더블 해봤나? 하지만 솔 캠벨은 더블을 달성했단다."

"어이 토튼햄 양반들! 내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너네 주장 어디 갔어? 이 쓰레기들아!"


이어서 2004년 4월 25일, 아스날은 토튼햄의 홈에서 2대2 무승부를 기록하며 잉글랜드 역사상 전무후무한 무패 우승 신화와 함께 통산 13번째 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자 아스날 팬들은 다시 한 번 토튼햄 팬들을 조롱했고, 토튼햄 팬들은 자신들의 홈구장에서 아스날 선수들이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축하하는 걸 분노에 가득찬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

2005년 10월 30일 북런던 더비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었다. 바로 당시 아스날 주장이었던 티에리 앙리의 부상 결장으로 인해 캠벨이 주장 완장을 차고서 화이트 하트 레인을 방문한 것.

게다가 이 경기에서 토튼햄의 미드필더인 티무 타이니오가 캠벨과 공중볼을 다투다가 캠벨의 팔꿈치에 눈 부위를 맞아서 피가 터지는 유혈사태가 발생하였다.

그러자 흥분한 토튼햄 관중들은 일제히 캠벨에게 야유를 보냈으며, 경기 종료 후 그는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퇴장하였다.

한편 그 경기에서 캠벨에게 저주를 쏟아 부은 한 팬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 명승부 제조기


북런던 더비는 승부를 알 수 없는 짜릿한 경기를 여러 차례 연출해내며 '명승부 제조기'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가장 먼저 손꼽히는 건 바로 1971년 리그 최종일에 있었던 북런던 더비이다. 토튼햄의 홈구장인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아스날은 조지 암스트롱의 천금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1대0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경기 승리와 함께 아스날은 클럽 통산 최초의 더블(리그와 FA컵 우승)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면 당시 토튼햄의 골문을 지키고 있던 팻 제닝스는 6년 뒤 아스날로 이적했다는 점이다.

1991년에 있었던 FA컵 준결승 역시 명승부로 유명하다. 특히 이 경기는 '불세출의 천재' 폴 게스코인의 환상적인 활약으로 회자되고 있는 경기이기도 하다. 경기 시작 5분만에 터진 게스코인의 멋진 프리킥 골로 먼저 앞서나간 토튼햄은 스타 공격수 게리 리네커가 두 골을 더 추가해내며 3대1 승리를 거두었다. 아스날을 꺾고 FA컵 결승에 진출한 토튼햄은 노팅엄 포레스트를 상대로 2대1 승리를 거두며 클럽 통산 8번째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에도 양팀은 무수한 명승부들을 연출해냈다. 2005년 11월에 있었던 토튼햄과 아스날의 경기도 많은 축구팬들을 열광시킨 경기로 유명하다. 이 경기에서 양팀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골을 주고 받으며 9골을 주고받는 화려한 난타전 끝에 아스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5대4).

2007년 9월에 있었던 북런던 더비는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엠마누엘 아데바요르의 환상적인 논스톱 발리슛 골로 팬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지난 시즌에도 양팀은 2번의 명승부 끝에 승패를 가르지 못한 채 2무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2008년 10월에 있었던 양팀의 첫 대결은 또 다른 명승부로 손꼽히고 있다.

이 경기에서 토튼햄은 前 아스날 선수였던 데이빗 벤틀리의 벼락같은 중거리슛 선제골로 앞서나갔으나 이후 아스날에게 무려 4골이나 허용하며 경기 종료 직전까지 2대4로 지고 있었다. 하지만 89분경 저메인 지나스의 골로 아스날 추격에 성공한 토튼햄은 추가 시간에 아론 레넌이 천금같은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극적인 4대4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통산 163번의 북런던 더비에서 아스날이 67승 44무 50패를 기록하며 맞대결 성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게다가 토튼햄이 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아스날에게 이긴 건 1999년 11월의 일이다. 즉, 10년간 아스날을 상대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 그런만큼 토튼햄은 19경기 무승 사슬(9무 10패)을 풀기 위해서라도 이번 경기에 사력을 다해 승리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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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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