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두 얼굴의 리버풀
[닐 존스] 리버풀과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은 풀햄과의 주말 경기에서 두 장의 레드 카드와 함께 대형 참사를 겪고 말았다.
2009. 11. 2. 오전 7: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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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함으로부터 우스꽝스러운 모습까지... 1주일 전에 있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라이벌전 승리의 감격이 영원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기간이 고작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특히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벌어진 풀햄과의 경기 첫 한 시간 동안의 리버풀의 플레이를 보면 더욱 그러했다. 비록 병과 부상으로 인해 아카데미를 갓 졸업한 선수들을 다섯 명이나 벤치에 앉히며 빈약한 선수층을 노출하긴 했지만, 리버풀은 전반 내내 홈팀 풀햄을 압도했다. 볼 소유권을 독점하며 풀햄 선수들을 마음대로 요리했던 것. 토레스가 시즌 10호골을 성공시키자, 조만간 리버풀이 사실상 경기를 마무리하는 건 시간 문제인 듯 보였다.
그 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짐작한 그대로이다. 베니테스 감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토레스와 요시 베냐윤을 동시에 벤치로 불러들인 선택을 문제점으로 지적할 것이다. 베냐윤은 토레스 다음 가는 리버풀의 위협적인 존재였으니까. 그러나 단지 에이스 둘의 교체를 이유로 리버풀의 붕괴를 말한다면 이는 리버풀의 문제를 너무 단순화시켜서 설명하는 것이 될 수 있다.
풀햄은 전반 있었던 단 한 번의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 시켰다. 소티리스 키르지아코스와 에밀리아노 인수아 사이에 있었던 바비 자모라가 데미안 더프의 크로스를 득점으로 연결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루카스 레이바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중원을 장악하고 있었고, 리버풀 선수들은 아직 편안한 듯 보였다. 그리고 베나윤은 풀햄 진영을 열어젖히는 활발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
문제는 리버풀의 공세가 계속되던 바로 그 순간, 폴 콘체스키가 멀리서 올린 크로스를 졸탄 게라가 교체로 투입된 에릭 네브란드에게 헤딩으로 떨궈주었고, 이것이 바로 네브란드의 골로 연결되고 만 것이다.
이후 리버풀은 마치 뚜껑을 닫아버린 조개처럼 고립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조개의 껍질은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해주는 대신에, 반대로 풀햄 선수들이 거의 마음대로 활개치고 다니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필립 데겐의 플레이는 이미 인상적인 프리미어 리그 데뷔전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는 경기 초반 상대 수비수의 태클에 계속해서 볼을 빼앗기며 원정 응원단의 짜증을 높이고 있었고, 그의 위치 선정 능력은 풀햄 선수들이 마음대로 왼쪽 공격을 들어오도록 텅 빈 공간을 만들어주었으니까.
결국 데겐은 클린트 뎀프시에게 행한 어리석은 파울로 인해 퇴장을 당했다. 어쩌면 약간 가혹한 판정이라 생각할 수 있었지만, 데겐의 태클은 두 발이 모두 그라운드에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몇 마디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엄격한 규율을 자랑으로 여기는 베니테스 감독으로서는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었다. 특히 글렌 존슨이 아직 허벅지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베니테스의 분노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제이미 캐러거가 데겐의 뒤를 따라 크레이븐 코티지의 긴 터널을 따라 경기장 밖으로 나간 것이다. 리버풀 수비진 뒷 공간을 위협하던 풀햄 스트라이커 자모라와 충돌한 후 데겐과 마찬가지로 레드 카드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지난 맨유와의 경기에서 마이클 오웬에게 거의 비슷한 파울을 했지만, 운 좋게 빠져나갔던 캐러거가 두 번째는 피하지 못하고 말았고, 결국 변명의 여지가 없는 퇴장을 당한 것이었다. 이제 레드 카드를 받은 캐러거는 3경기 출장 징계를 받을 예정이며, 이 경기들에는 맨체스터 시티와 에버튼 전이 포함되어 있기에, 이는 뎀프시의 세 번째 득점보다 더 뼈아픈 판정이었다.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베니테스의 리버풀에는 변명거리가 있었다. 1군 선수들 중 다니엘 아게르, 마르틴 스크르텔, 파비우 아우렐리우, 알베르토 아퀼라니와 다비드 은고그, 그리고 부상이 확정된 글렌 존슨과 스티븐 제라드까지 무려 7명이나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것. 그러나 리버풀의 붕괴의 조짐은 그 결과가 아니라 플레이의 과정에서 더욱 심각해 보였다.
인수아, 데겐, 그리고 안드레이 보로닌과 같은 선수들은 모두 지난 수요일 아스날과의 칼링컵 경기에서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던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프리미어 리그 풀햄전에서 이들은 여전히 부족한 모습을 다시 한번 노출한 것이다. 리버풀 팬들의 불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즈음의 불평은 정당한 것이라 보여질 정도이다.
물론 이 날 경기의 찬사는 더 강한 팀으로 보여지는 리버풀을 맞이해, 전반 열세를 잘 견뎌내며 끝내 승리를 가져간 풀햄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그러나 리버풀로서는 이 날 패배로 인해, 맨유전에서의 빛나는 승리가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고 만 것이다.
첼시는 까다로운 경기인 볼튼 원정에서 또 다시 승리하며 리버풀과의 승점차를 9점까지 벌렸다. 물론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기에 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리버풀의 리그 성적을 다시 자세히 살펴본다면, 6승 5패라는 5할을 살짝 넘는 성적으로 첼시를 뛰어 넘는다는 것은 불가능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더욱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점은, 바로 이번 수요일에 리버풀은 또다시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라고 베니테스 감독이 규정한 챔피언스 리그 리옹 원정을 떠나야만 한다는 것이다. 만약 리옹 원정에서마저 패배한 다면, 리버풀은 11월의 초반이 끝나기도 전에, 챔피언스 리그와 프리미어 리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사실상 모두 놓친 신세가 될 수 있다. 정신이 확 드는 얘기가 아닌가?
언제나 리버풀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기는 잘하는 팀이다. 그러나 베니테스 감독으로서는 너무 자주 그러한 모습을 반복하지 않기를 기원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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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l Jones, Goal.com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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