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크, 세계 최고의 MF 반열에 올라서나?

[술만 아마드] 주장이라는 책임감과 팀 전술의 변화가 온화했던 중원의 마에스트로 세스크 파브레가스로부터 거친 면모를 끄집어 내고 있다.

2009. 11. 4. 오전 10:25:08

EPL: Cesc Fabregas, Arsenal - Tottenham Hotspur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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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Cesc Fabregas, Arsenal - Tottenham Hotspur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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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를 물리치고, 스페인과 잉글랜드가 유럽 축구계의 '빅2'로 올라선 이후, 많은 스페인의 유망주들이 프리미어 리그로 몰려들며 잉글랜드 리그를 더욱 살찌우고 있다.

물론 스페인 유망주들의 잉글랜드행 만큼 많은 건 아니지만 그와 비슷하게, 프리미어 리그의 최고 선수들 또한 스페인행 러시를 이루고 있다. 적어도 이번 여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사비 알론소는 스페인으로 떠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잉글랜드 내부에서 많은 주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선수들은 다름아닌 스페인 용병들이다. 이들은 잉글랜드에서 가장 기술이 좋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존경 받는 슈퍼스타들이기도 하다.

페르난도 토레스는 이들 리스트의 맨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켈 아르테타는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 된 실력파 선수 중 하나이고, 페페 레이나는 이케르 카시야스를 뛰어 넘어 스페인 최고의 골키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러한 스페인 물결의 첫 번째 세대는 바로 세스크 파브레가스였다. 바르셀로나 유스 아카데미 출신이었던 풋풋한 파브레가스가 잉글랜드에 온 것은 지난 2003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재능으로 신문 1면을 장식했던 이 아스날의 플레이메이커는 시즌이 거듭되면 될수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왔다.

이적 첫 해, '무적함대' 아스날의 주요 선수였던 파브레가스는 2004/05시즌에는 FA컵을 따내며 아스날의 찬란한 미래를 예고케 하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2006년 거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손에 쥐었었던(하지만 결국 실패했던) 아스날의 중심에도 바로 파브레가스가 있었다.


Cesc vs Zizou | CL 2006
2005년 5월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당시 파브레가스의 나이는 19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성숙되면서도 풍부한 경험이 쌓인 파브레가스의 플레이는 마치 초현실주의 그림을 보는 듯 했다.

사실 파브레가스의 플레이 스타일은 바르셀로나가 자랑하는 '칸테라(유소년 시스템)' 출신의 많은 미드필더들과 매우 흡사하다. 이는 바로 그 곳에서 어린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방법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아스날의 무관 행진이 시작하면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자리를 향해 꾸준하게 성장해 나가던 파브레가스의 발전은 정체되고 말았다. 이미 어린 나이에 엄청난 기술적 발전을 이룬 파브레가스에게, 전세계 축구팬들은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했지만, 당시 파브레가스의 시간은 멈춰있는 듯 보였다.

불과 21세의 어린 나이에 주장 완장을 차게 되면서 파브레가스의 책임감과 도덕성은 더욱 높아져 갔지만, 그의 발 끝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는 여전히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이미 10대 후반기에 자신의 정점을 찍은 듯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유망주를 잃은 바르셀로나의 슬픔은 그렇게까지 커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경기를 조율하는 사비와 떠오르는 스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보유한 바르샤는 2006년과 2009년 유럽 무대의 정상에 오르기까지 했으니까.

또한 사비가 주전으로 나서고 파브레가스가 후보로 밀린 스페인 대표팀 또한 바르샤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EURO 2008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후보 파브레가스는 굉장한 가치를 지닌 장기말이었지만, 그런 그에게도 사비와 이니에스타의 벽은 높았다.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프리미어 리그 특급 미드필더인 파브레가스가 스페인 대표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자 처음에는 파브레가스에 대한 스페인의 편견과 방치에 대해 화를 내며 반대했었다. 그러나 파브레가스 없이도 스페인이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자, 이러한 분노는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시즌이 시작하면 새로운 놀라움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어떤 이들은 이를 운명이라 부르며, 혹자들은 필연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번 시즌 운명의 주인공은 바로 세스크 파브레가스이다.

어쩌면 시즌 개막부터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온 사실이 파브레가스로 하여금 팀의 리더라는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가지게 했을지도 모른다. 이는 단지 팬들이 좋아해서, 혹은 팀의 급작스런 위기로 인해 갑자기 주장직에 임명된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까. 

또한 파브레가스의 운명적인 놀라운 발전의 원인으로는 4-3-3으로의 전술적 변화를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파브레가스는 보다 정적인 알렉산드레 송의 지원을 받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라운드를 누비는 정력적인 미드필더 아부 디아비의 지원도 함께 받게 되었다.

이제 파브레가스는 미들을 거쳐가는 아스날 공격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그의 역할을 쉽게 표현하자면 트레블 시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폴 스콜스나 지난 시즌 바르샤의 사비보다는 밀란 시절의 카카나 현재 리버풀에서의 스티븐 제라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술적 변화로 인해 한 때 골을 잘 넣지 못하던 그는 이번 시즌 공격수보다 더 많은 득점 포인트를 올리는 선수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미 아스날의 사령탑이었던 파브레가스에게 득점력이라는 날개가 달리고 만 것이다.

최근 그는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등번호 10번을 달고 제2의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스페인 대표팀에서의 영향력 역시 EURO 2008 당시보다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심지어 많은 스페인 전문가들은 대표팀에서 부진한 페르난도 토레스 대신 파브레가스를 다비드 비야의 파트너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aptain Catalan | Fabregas

앞으로 그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다라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파브레가스를 동시대의 다른 공격형 미드필더들과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그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카카는 아직 레알 마드리드에 완전히 정착하지 못했다.

프랭크 람파드는 첼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만, 스피드에 있어 최고 수준이 아니다.

심지어 부상 전의 스티븐 제라드도, 사비 알론소의 도움 없이는 파브레가스 만큼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었다.

레알을 떨게 했던 안드레아 피를로는 서서히 기량이 떨어지고 있다. 사비와 이니에스타는 아주 적은 노력만 가지고도 대부분의 대회에서 수준급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매주 경기에 나설 정도로 체력이 좋지는 않다. 결국 파브레가스는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볼을 가지고 있을 때, 파브레가스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을 듯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아스날 팬들에게 가장 희망적인 점은 바로 파브레가스의 기량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파브레가스는 어느 정도의 레벨에 도달하면, 언제나 그 수준의 플레이를 해내는 선수이다. 대회 우승을 위해서는 그러한 꾸준함이 필수적이다.

파브레가스의 영웅인 펩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은 파브레가스가 이번 시즌 굉장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걸 카탈루니아인 특유의 직감으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여름 이적 시장에서 엄청난 계획과 함께 '골든 보이' 파브레가스를 되찾아 오려고 했었다. 그렇지만 파브레가스는 더 이상 협상의 진전을 거절했었다.

그는 이적 시장이 끝난 뒤, Goal.com UK와의 독점 인터뷰를 통해 고향 바르셀로나를 방문했을 때보다 런던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게 자신이 바르샤를 거절한 이유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심지어 아스날 팬들조차 언젠가 파브레가스가 아스날을 떠나 고향 바르셀로나로 돌아갈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 그 이유가 '모든 걸 다 성취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파브레가스의 팬들은 티에리 앙리(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보다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모든 걸 다 성취했기 때문)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를 원할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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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lmaan Ahmad, Goal.com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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