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하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김형중_비욘더게임] 잘 풀리는 팀은 골대도 도와준다

[골닷컴, 춘천] 흔히들 '골대 불운'이라고 한다. 들어갈 궤적의 슈팅이 골대에 맞을 때를 말한다. 그렇게 득점하지 못하면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올 시즌 K리그1 1위 포항 스틸러스에는 골대 불운 조차 골대 행운으로 작용한다. 잘 나가는 팀은 운도 따른다는 말이 맞긴 맞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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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은 강원FC 원정을 떠났다. 최근 2경기 연속 득점에 실패하며 2무에 그친 포항이 전반부터 고전했다. 홈 팀 강원은 강력한 전방 압박과 빠른 패스 연결로 포항 선수들을 괴롭혔다.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에 의한 탈압박은 골키퍼부터 최전방까지 빠른 템포의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부족했던 점 딱 한 가지가 강원의 발목을 잡았다. 바로 결정력이었다. 강원은 63%의 점유율을 확보한 전반에만 14개의 슈팅을 때렸지만 골망을 출렁이지 못했다. 유효슈팅 5개는 모두 황인재 골키퍼의 엄청난 반사 신경에 막혔다.

반면, 45분 내내 밀리던 포항은 4개의 슈팅 중 한 골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우측 스로인 상황에서 조르지가 받아 크로스한 것이 애매한 코스로 날아가며 골대를 때렸다. 볼은 방향을 바꿔 박스 안 정면으로 향했고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정재희가 왼발로 차 넣었다. 경기 후 정재희는 "저한테 올 줄도 몰랐다. 스로인을 조르지가 받길래 가운데로 들어갔다. 엄청 떨렸다. 아무도 없는데 왼발로 와서 '넣어야 되는데'라며 차 넣었다"라고 말했다.

포항의 골대 행운은 후반에도 계속됐다. 후반 7분 정재희는 완델손이 강원의 공격을 잘라내자 스타트를 끊었다. 이어 윤민호가 내준 볼을 중앙선에서 잡았다. 박스 안까지 단 4번의 터치로 치고 들어간 그는 왼발로 때렸고, 볼은 오른쪽 골대와 왼쪽 골대를 사이좋게 때린 뒤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한 번 맞히기도 쉽지 않은 골대를 두 번이나 맞히고 그게 또 골망을 출렁였다. 그는 "안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운이 많이 따라줬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행운의 여신, 아니 골대의 여신의 미소는 끝이 아니었다. 정재희의 해트트릭 이후 2-3으로 맹추격을 당하고 있던 정규시간 막판 백성동의 패스를 받은 정재희의 슈팅이 또 골대를 맞았다. 순간 아쉬울 법했지만 흘러나온 볼이 이호재 앞으로 떨어졌고 무주공산이던 강원 골문은 다시 열렸다. 경기 후 박태하 감독이 "2019년 5-4 경기가 잠깐 스쳤다"라 할 정도로 강원의 추격이 매서웠는데, 골대의 어시스트(?)로 포항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포항 입장에서 운이 많이 따라준 경기지만, 운도 실력이다. 행운의 여신이 아무리 방긋 웃어준다 해도 준비가 안 되면 열매를 딸 수 없다. 박태하 감독은 "잘 되는 이유는 땀과 노력이다. 프로 선수로서, 감독이 바뀌어도 흔들림 없이 갈 수 있다는 마인드로 훈련했다. 감독은 그냥 해야 하는 일이다. 전술적으로 저보다 저 지식이 많은 선수들도 많다. 감독이 말한 걸 이해하고 경기장에서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게 중요한데, 선수들의 프로 의식이나 감독과의 신뢰 등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했다. 포항의 고공 행진의 뒤에는 감독의 믿음과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

글 = 김형중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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