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뮌헨] 정재은 기자=
박이영(24)은 도전자다. 필리핀 리그를 경험 후 더 큰 무대를 꿈꿨다. 혈혈단신으로 유럽에 부딪혔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포르투갈과 슬로바키아에서 좌절을 경험했다. 그의 인고는 헛되지 않았다. 그가 내민 도전장을 2.분데스리가의 상 파울리가 받아들였다. 2년 동안 데뷔 골의 기쁨과 부상의 아픔을 모두 겪었다. 또 새로운 도전이 남아있을까 싶던 찰나, 이번에는 3부 리그의 튀르퀴치 뮌헨으로 향했다. “2부에서 3부로 내려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라고 말하는 박이영의 목소리에 복잡미묘한 감정이 섞여 나왔다. 그러는 것도 잠시, 곧 그는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라며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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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골닷컴>은 뮌헨 젠들링어슈트라세의 한 작은 카페에서 박이영을 만났다. 그의 새로운 도전을 반기듯 뮌헨의 날씨는 내내 맑았다. 그가 입은 깨끗한 흰색 티셔츠는 박이영이 말하는 ‘선한 영향력’과 어울렸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박이영의 이야기,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들려드린다.
GOAL: 새로운 도시 뮌헨에서 일주일을 보냈어요. 첫인상이 어떤가요?
“날씨가 맑고 밝아서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함부르크는 살짝 어둡고 비도 자주 오거든요. 근데 아침에 햇살이 들어오고, 집도 밝고 그래서 기분이 덩달아 좋아요. 살면서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아지는 기분을 못 느끼고 살았는데 뮌헨에서 처음 경험했어요. 계속 이삿짐 풀고 하느라 정신없어요. 이제 막 집 정리를 다 끝냈거든요. 아직 도시를 제대로 보러 다니진 못하고 있어요.”
GOAL: 독일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사를 왔어요.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집은 다행히 구단에서 구해줘서 빨리 구했어요. 독일에서 처음 이사를 하는 건데, 제가 차를 끌고 내려왔거든요. 거리가 약 900km 되는데 8시간 정도 운전한 것 같아요. 그렇게 긴 거리를 온 적이 없어요. 쉬엄쉬엄 오긴 했는데 정신이 없었어요.”
GOAL: 2부 리그에서 3부 리그로 왔어요. 튀르퀴치 뮌헨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경기 출전이에요. 출전이 목적이었어요. 코로나도 그렇지만 제가 부상이 있었고 경기에 못 나온 지 굉장히 오래됐거든요. 경기 감각을 올리고, 경기에 문제없이 다시 나갈 수 있게끔 하는 게 최선의 목표였어요. 경기를 충분히 뛸 수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튀르퀴치라는 팀에서 오퍼가 왔어요. 당시 다른 3부 팀과 이야기 중이었는데 이 팀이 굉장히 적극적이었거든요. 에이전트한테 정말 매일 연락 오고. ‘누군가가 나를 원하는구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니까 결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죠.”
GOAL: 구단에서 어떤 식으로 적극적으로 원했나요?
“팀에서 대우를 최대한으로 해주겠다고 했어요. 팀에서 받는 최대한 많은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하고, 경기에 많이 출전할 수 있도록, 그리고 1년 뒤에 다시 2부 리그에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돕겠다고 했어요. 제게 관심을 보이는 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보통 그렇게 매일매일 연락 오는 구단은 없는데, 튀르퀴치는 우리 에이전트에 매일매일 연락을 했다. 박이영에게 이야기해봤냐, 그의 생각은 어떠냐, 박이영이 뭐라고 대답했냐... 약 3, 4주 매일 이렇게 연락 왔어요.”
GOAL: 튀르퀴치에서 관심이 있단 얘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저는 처음에 이 구단 이름을 들었을 때 솔직히 관심 없다고 했어요. 이름도 처음 들어보고, 인지도도 없고, 이제 막 3부 리그 올라온 팀이고, 프로 경험이 없는 팀이라 옵션으로 두지 않고 있었죠. 그런데 구단에 대해 알아보고, 구단도 제게 설명을 해주고, 비디오 미팅도 두 번 하며 알아봤는데 매력적인 팀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고, 그걸 차근차근 성취해 나가는 점에 끌리기도 했어요. 제가 그런 점에서 보탬이 될 수 있을 거 같아 택했어요.”
GOAL: 박이영을 그토록 원했던 이유는 뭘까요?
“이제 막 3부에 올라왔기 때문에 팀에 보통 레기오날리가 뛰는 선수들이 많거든요. 물론 그중에 3부에서 뛴 선수도 있고 더 상위 리그에서 뛴 선수도 있겠지만, 이 팀은 목표가 2부 승격이기 때문에 지금 포지션마다 그에 걸맞은 선수를 영입 중이에요. 어느 정도 퀄리티가 있는 선수들을 영입을 해야 하는 입장이죠. 상위 리그에서 경기 출전을 못 하고 있는데 이 팀에서 생각하기에 우리 팀에 맞겠다 혹은 우리 팀을 도울 수 있겠다 하는 선수들을 영입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를 필요로 했던 것 같고요.”
GOAL: 구단 방문했을 때 어땠나요?
“계약으로 뮌헨 하루 왔을 때 회장, 단장, 스포츠 디렉터랑 다 만나봤는데, 좋았어요.(웃음) 저를 굉장히 반겨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선수로서 구단이 그렇게 환영을 잘해주면 기분이 좋죠. 확실하게 잘 챙겨주고, 호텔도 잡아주고 하나부터 열까지 구단에서 잘 해줬어요.”
GOAL: 주요 포지션과 튀르퀴치에서의 역할이 궁금해요. 워낙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잖아요.
“사실 저도 저의 주요 포지션이 어디인지 몰라요.(웃음) 이 팀에서는 일단 저를 오른쪽 풀백으로 계획하고 있어요. 저는 중앙미드필더를 가장 오래 봤어요.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그 위치에서 뛰었고, 성인이 된 후에는 센터백에도 서고,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뛰었어요. 풀백은 상파울리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 서봤어요. 감독님이 좋아하셨으니까 그렇게 뛰게 하셨겠죠. 독일 선수들보단 양발을 잘 쓰니까 왼쪽에도 두고 오른쪽에도 두고. 그러다 보니 수비 전 지역에서 뛰게 된 것 같아요.”
GOAL: 어느 포지션이 제일 좋은가요?
“가끔 독일에서 친한 감독 코치님이랑 얘기하고 선배들이랑 얘기할 때 항상 저한테 물어봐요. 어느 포지션이 제일 편하냐고요. 선수들 다 하나씩 있을 거 아니에요, 자기가 재밌는 포지션이. 근데 저는 진짜 모르겠어요. 어느 때는 풀백이 재밌고, 또 어느 때는 미드필더가 재밌고. 그걸 찾는 게 저의 숙제인 거 같아요. 한 포지션의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게 좋죠. 그렇게 하면 훨씬 좋을 텐데 그렇지 않은 선수들, 멀티 플레이어도 있잖아요. 그런 선수는 팀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요. 장단이 있겠지만, 저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GOAL: 오래 못 뛰어서 실전 감각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 새로운 팀에서 시작한다는 기대감. 어느 쪽이 더 큰가요?
“저는 걱정보다는 기대감과 설렘이 항상 커요. 모든 면에서. 걱정하기보다는 제가 훈련 열심히 하고 경기 감각 다시 올리고 그러면 된다고 생각해요. 경기 못 뛰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은 잘 안 해요. 성격 자체가 그래요. 긍정적이죠. 저는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필리핀에서 뛰던 때, 초중고 때 생각하고, 어렸을 때 생각하고, 밑에서부터 뛰었던 거 생각하면 제가 여기 있는 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저는 제가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지 그것보다 더 잘하고 싶어서, 물론 잘하고 싶은 건 당연하지만, 지나친 욕심은 없어요. 그런 욕심이 있으면 더 안 되더라고요. 저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걸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날 하루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GOAL: 된다는 걸 경험해봤다는 건, 필리핀에서 분데스리가까지 온 지점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죠. 그렇게 해서 유럽에 나올 수 있던 거? 그때가 정말 저는 터닝포인트였죠. 그러고 나서도 데뷔하고 프로 계약하고, 경기 쭉 출전하고 데뷔골도 넣고, 이런 과정들이 수도 없이 있으니까. 진짜 ‘안될 건 없다’라고 생각을 해요.”
*여기서 잠깐. 박이영의 ‘놀라운 이력’을 짤막 소개한다. 박이영은 총 7개 나라를 크고 작게 경험했다. 한국을 떠나 필리핀에서 2년 동안(2013~2014) 뛰었다. 그곳에서 유럽 진출의 꿈을 키워 다양한 구단에 자신의 프로필을 보냈다. 긍정적 회신을 보낸 포르투갈 마데이라로 무작정 날아갔다. 열흘 동안 치른 테스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친척이 머무는 오스트리아로 가서 계속 지원했다. 슬로바키아에서 테스트 기회를 잡았다. 결과는 포르투갈때와 같았다. 그리고 독일. 마침내 그는 상 파울리의 일원이 되는 동화 같은 스토리를 만들었다.
GOAL: 매우 많은 나라를 경험했어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모멘트가 된 나라는 어디인가요?
“그때는 정말 절망적인 순간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로 생각해요. 포르투갈에 갔던 시절이요.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미친놈’ 같아요.(웃음) 마데이라라는 섬이 리스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 더 들어가야 하는 곳에 있거든요. 아프리카와 가까운 섬이에요. 근데 테스트 보겠다고 거기를 혼자 가서 열흘 동안 호텔에서 맨날 혼자 밥 먹으면서 지냈다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배짱이 정말 대단했죠.”
“그때 정말 힘든 시기였거든요. 그런 시기를 발판삼아 지금까지 왔어요. 그런 걸 생각하면 다시 배고파진 느낌? 그때 제가 혼자 밥 먹을 때마다 먼 산을 봤는데 가끔 헛웃음이 났어요.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갑자기 ‘현타’ 막 오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만큼 내가 뭔가 열정이 있었구나, 그만큼 내가 갈급했구나, 간절했구나 싶죠. 물론 다른 시기도 다 중요하지만 유럽으로 향하는 첫 도전이었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지금 생각해도 참...(웃음)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어요.”
GOAL: 당시 여러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눴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얘기가 있나요?
“묵던 호텔에 80세 영국인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그 할아버지가 늘 ‘나 때는 말이야~’라며 말씀을 하셨거든요. 당시 제가 유럽 나이로 20세였는데, 제 나이를 말씀드렸더니 할아버지의 스무 살 시절을 말씀하시더라고요. ‘내가 스무 살 때는 너처럼 이렇게 꿈을 찾아서 다녔다. 너는 정말 잘하고 있는 거다. 지금 네 나이 또래의 대다수는 자기 꿈이 뭔지도 모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어디서 술 마시고 놀고 있다. 근데 너는 네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는 사람이니까 잘하고 있다. 멋있다.’ 저는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할아버지가 너무 멋있었어요. 1년에 한 번씩 영국 날씨 추워지면 마데이라에 두달 지내러 오신대요. 날이 따뜻해서. 할아버지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어요.”
“저는 그렇게 가는 곳마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요. 그건 정말 복 받은 것 같아요. [볼드](GOAL: 좋은 사람에겐 좋은 사람이 오는 법이죠!)[/볼드] 그런가요, 하하. 제 입으로 말하기 좀 그런 문장이었는데.”
“그래서 포르투갈 때가 생각이 많이 나요. 잊어버리면 안 되죠. 초심이니까. 필리핀도 그래요. 여름에 독일에서 더우면 필리핀 생각하면서 ‘아, 이건 더운 것도 아니다. 내가 거기서 축구를 했는데... 38도, 40도에 축구하고 그랬는데 불평하면 안 된다’라고 생각해요. 감사함을 잊으면 안 되죠. 지금 이런 걸 누리고 있고, 지금 이렇게 유럽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해요. 그걸 잊어버리는 순간 저는 끝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다른 거 필요 없고 그런 마음만 잊지 않고 계속 뛰고 싶어요.”
GOAL: 계속 도전을 이어나가는 힘이 거기에서 나오나봐요.
“그렇죠. 저는 제로베이스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잃을 게 없어요. 2부 리그에서 3부 리그 내려오는 거 솔직히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연봉 문제도 있고, 3부로 한 단계 내려가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거든요. 내가 증명해서 올라가야 하는 거고. 쉽지 않은데, 항상 그럴 때마다 처음을 생각해요. 내가 어디에서 시작했고, 어디에서 왔는지. 그걸 생각하면 다시 ‘아, 내가 원하는 축구를 행복하게 즐겁게 뛰면 더 바랄게 없구나’ 해요. 축구 선수라면 뛰고 싶고, 뛰어야 하고. 그게 축구선수가 축구를 하는 이유잖아요. 그거 하나 생각하니까 다른 건 다 제쳐지더라고요.
GOAL: 상파울리의 데뷔골, 빌레펠트전 득점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어요.(*2017-18시즌 박이영의 결승 골로 상파울리는 1-0으로 승리했다)
“잊을 수 없죠. 33라운드, 마지막 홈경기였어요. 그때 이기고 바로 잔류가 확정됐어요. 골을 전반 39분에 넣었거든요. 경기 뛰면서 ‘빨리 그냥 이대로 경기 끝났으면 좋겠다. 누가 골을 더 넣지 않고, 먹지 않고, 딱 이대로 끝났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요대로 이겼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그렇게 뛰었죠. 경기 후에몇 시간동안 팬들이랑 사진 찍었어요. 그날은 거의 축제였어요. 마지막 홈경기였고,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잔류를 확정 지었으니까 사람들 다 집에 안 가고 세레머니하고. 진짜 우승한 기분이었어요.”
“가장 인상 깊었고 감사했던 게 있는데, 경기 끝나고 직원들이 하나둘 제게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뭐가 고맙냐’하고 지나갔는데, 나중에 한 미디어 관계자가 와서 ‘우리 어떤 직원이 너한테 고맙다고 전해달래’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너네 왜 고맙다 하는 거야?’라고 물어보니까 ‘너 아니었으면 우리 직원 절반 날아갔다’라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강등됐으면 구단 직원들 절반이 일자리를 잃었을 거래요. 제가 그런 직원들을 살렸다고 얘기해주더라고요. 그날 하루는 진짜 영웅 대접 받았어요. 하루는 즐겼어요. 회식 자리에서도 저한테 영웅이라고 그러고. 좋은 기억이죠.”
GOAL: 그 골 장면 솔직히 몇 번 봤어요?
“저 그저께도 봤어요! 하하. 동기부여 되잖아요. 새로운 시작하는 시기이고. 제 SNS에 포스팅했어요. 2만 번은 넘게 본 것 같아요. 더 본 거 같아요. 진짜 많이 봤어요. 지금 보면 진짜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때렸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 골 장면을 보고 아는 선배나 친구들이 그냥 너같이 넣었다고 하더라고요.”
GOAL: 이런 스토리가 도전을 앞둔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요.
“제게 연락 해주는 어린 선수들이 정말 많아요. 예전의 저처럼 혼자 프로필 만들고 동영상 만들어서 여기저기 연락하는 선수들, 하부 리그에 부딪혀보는 선수들이 많은데 제 이야기를 접하고 연락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는 그냥 못 지나치죠. 저도 그럴 때가 있었기 때문에 전화해서 상황을 들어봐요. 사기당한 친구들도 많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친구들도 많아요. 저에게 연락하고 장문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건 그만큼 간절하다는 거고 용기를 냈다는 거잖아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선에서 도와주려 노력을 하죠. 현실적으로 크게 도울 수 있는 건 없지만, 이야기 들어주고 이것저것 조언을 해줘요. 더 돕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안타까워요. 또, 축구하는 사람 외에도 공부하는 한 학생이 제 이야기를 듣고 너무 동기부여가 됐다고,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고맙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돼요.”
GOAL: 축구 외에도 취미나, 배우는 것들이 있나요?
“저는 뭐든지 다 해보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에요. 배우는 걸 좋아해요. 교회를 다녀서 기타나 피아노도 조금 쳐요. 코드 조금 치는 정도지만요. 다방면으로 뭐든지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어요. 위험한 거 말고.”
GOAL: 봉사활동도 자주 하는 거 같아요.
“제가 아이들을 좋아해요. 필리핀에 있을 때 구단에서 아이들을 자주 도왔거든요. 길거리에 있는 아이들에게 음식도 제공해주고, 같이 축구도 하고. 그럴 때마다 제가 아이들과 뭔가 ‘케미’가 맞다는 걸 느꼈어요. 사진을 보면 저도 모르던 순수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기회가 되면 늘 아이들을 위해 봉사해요. 같이 공 차는 시간도 갖고.”
“제 아내도 사실 봉사 활동하다 만났어요. 아이들 봉사는 아니고요. 삼성병원에 온유 누나가 있어요. 관련 책도 있는데, 스스로 호흡을 못 해서 앰브(주머니 형태의 호흡 보조기구)로 숨쉴 수 있게 24시간 눌러줘야 해요.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이라서 사람이 24시간 해야해요. 365일 내내 하루에 4, 5명이 세 타임 나눠서 돌아가며 앰브를 담당해요. 저희 교회에서도 온유누나를 위해 봉사하는데, 저는 그때 밤샘 타임에 갔어요. 저녁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하는 게 밤샘 타임인데 제가 독일에서 한국으로 휴가 들어간 직후에 시차 적응이 안 됐을 때 갔거든요. 그때 같은 밤샘팀에 아내가 있었어요. 문을 여는 순간 아내가 보였고 첫눈에 반했죠.”
GOAL: 아내 이야기를 살짝 해볼까요. 연애 기간 동안 어떻게 만났나요?
“완전 ‘롱디(장거리 연애)’였죠. 아내와 만나기로 한 지 일주일 후에 독일에 왔어요. 딱 일주일 보고 독일에 와서 6개월 동안 못 만나다가 겨울에 한국에서 만났는데 어색하더라고요.(웃음) 그렇게 계속 지내고, 아내도 중간에 독일에 한 번씩 오고. 2년 연애하다가 서로에게 확신이 있어 결혼을 결심했어요.”
GOAL: 독일에서 아내가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정말 큰 서포트를 해주고 있어요. 함부르크에서 뮌헨으로 오는 내내 아내 덕분에 힘이 들지도 않았고, 아내 덕분에 관리도 더 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제 결혼한 지 1년 정도 흘렀는데, 여전히 신혼 같아요. 계속 신혼처럼 지내려고 해요.(웃음)”
GOAL: 박이영의 도전의 끝은 어디일까요?
“지금 백세시대니까.... 하하. 저는 진짜 40세까지 하고 싶죠. 저도 이동국 선배님처럼 최대한 길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관리 지금도 계속 잘하고 있어요. 선수 생활 길게 하고 싶어서. 물론 모르는 일이죠. 부상이 너무 심할 수도 있고, 저를 원하는 팀이 없을 수도 있는거고, 몸이 안 따라줄 수도 있는 거고, 개인적인 일들이 있을 수도 있는 거고. 되는 데까지 해보려고요. 한계는 정해놓지 않았어요. 한계를 정해놓으면 도전이 아니죠.”
GOAL: 또 도전을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제가 필리핀에 있을 때만 해도 어느 팀에 가고 싶은지 세세하게 정해놓는 편이었어요. 유럽에 막상 나와보니 제가 원하는 대로 굴러가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웃음) 오늘 하루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고 다음 날 내게 주어지는 결과를 받아들여요.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는 중이에요. 다만 후회하는 일은 절대 만들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 일을 만들어두면 나중에 너무 속상할 것 같아요. 오늘 하루 승리했다는 기분으로 마무리하며 살고 있어요. 훈련장에서 120% 최선을 다하고, 회복도 잘하고, 가족과 잘 지내고.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GOAL: 지금까지 도전하기에 가족들이 큰 힘이 됐을 거 같아요.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제 뒷바라지를 해주셨고, 제가 하고 싶은 거 하게 해주셨어요. 저는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부모님의 손을 떠났다고 생각하고 계약 문제부터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했어요. 어머니께 여쭤보지 않고 독립을 해왔죠. 제가 결정을 내린 것에 어머니도 늘 응원하고 지지해주셨고요. 진짜 감사하죠. 그렇게 하는 게 진짜 쉽지 않거든요. 저한테 항상 믿는다고 하셔요. 길게 말씀 안 하시는 편이에요. 포르투갈로 갈 때도 ‘쿨하게’ 보내주셨어요. 가서 잘하고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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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AL: 마지막 질문입니다. 2020-21시즌이 끝나고 이 자리에서 다시 인터뷰를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약간 판타지가 들어가야 하는건가?(웃음) 한 시즌 후 다시 이 자리에서 인터뷰를 하면, 가장 경기를 많이 뛴 시즌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꾸준히 경기를 뛴 게 거의 2년 전이에요. 그래서 독일에 와서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시즌이었다는 인터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볼드](GOAL: 구단 관계자가 와서 어떤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나요?) [/볼드] 다시 튀르퀴치로 와라! 하하. 2부로 올라가면 고민해봐야죠. 올 시즌 기대가 되네요. 안티 팬이 많은 팀이라 평화롭게 지나갈 것 같진 않아요. 미디어에서 이슈가 될 것 같긴 한데. 좋은 이슈로 나면 좋겠네요. 구단에서도 미디어에서 주목 많이 할거라고 하더라고요. 특히 1860 뮌헨, 바이에른 뮌헨II과 더비를 하면 관심을 많이 받을 거 같아서 기대 중이에요.”
사진=정재은, 튀르퀴치 뮌헨, 박이영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