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클란 라이스Getty Images

'공격에도 눈 뜬' 라이스, 빌라전 4-1 대승 이끌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웨스트 햄이 자랑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데클란 라이스가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4-1 대승을 견인했다. 이번 시즌 그는 이전과 달리 공격에서도 진가를 드러내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웨스트 햄이 빌라 파크 원정에서 열린 2021/22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10라운드에서 빌라를 상대로 4-1 대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웨스트 햄은 PL 3연승(공식 대회 5연승)을 달리며 6승 2무 2패 승점 20점으로 4위 자리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PL 10라운드 기준 구단 역대 최다 승점이자 PL 이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1975/76 시즌 승점 21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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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모예스OptaJoon

웨스트 햄은 이 경기에서 평소 즐겨 사용하는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미하일 안토니오가 원톱으로 나섰고, 파블로 포르날스를 중심으로 사이드 벤라흐마와 제로드 보웬이 좌우에 서면서 이선 공격 라인을 형성했다. 데클란 라이스와 토마스 소우체크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고, 애런 크레스웰과 벤 존슨이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안젤로 오그본나와 커트 주마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고, 골문은 우카시 파비안스키 골키퍼가 지켰다.

지난 주말, 토트넘전과 비교하면 선발 출전한 선수들의 면면은 그대로였다. 다만 벤라흐마와 포르날스가 위치를 바꾼 게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토트넘전은 물론 이번 시즌 대부분의 경기들에선 벤라흐마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르날스가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웨스트 햄 선발 라인업 vs 빌라https://www.buildlineup.com/

경기는 시종일관 웨스트 햄의 주도 하에서 이루어졌다. 웨스트 햄이 점유율에서 58대42로 우위를 점했고, 무엇보다도 슈팅 숫자에서 21대9로 크게 앞섰고, 특히 유효 슈팅에선 9대3으로 정확하게 3배가 많았다. 심지어 코너킥에서도 6대3으로 앞선 웨스트 햄이었다.

이 과정에서 웨스트 햄은 경기 시작하고 7분 만에 먼저 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라이스가 중원에서 압박을 들어오는 빌라 선수 한 명을 드리블로 따돌리고선 측면으로 패스를 넘겨준 걸 존슨이 받아서 중앙으로 접고 들어오다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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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한 빌라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 시작하고 15분 만에 주전 중앙 미드필더 제이콥 램지가 부상을 당하면서 베테랑 애슐리 영으로 교체되는 악재가 발생했다. 그래도 빌라는 밀리는 경기 속에서도 34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존 맥긴의 전진 패스에 이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 에밀리아노 부엔디아의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를 지칭하는 축구용어)을 원톱 공격수 올리 왓킨스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주중 맨체스터 시티도 꺾으면서 리그컵 8강에 진출하는 등 최근 물오른 경기력을 자랑하는 웨스트 햄의 기세를 꺾기는 역부족이었다. 웨스트 햄은 빌라에게 실점하고 곧바로 4분 만에 골을 넣으며 다시 리드를 잡아나갔다. 이번에도 골을 만들어낸 선수는 바로 라이스였다.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던 그는 38분경, 벤라흐마의 패스를 받아 슈팅 각도가 열려있자 다소 먼 거리였음에도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이대로 웨스트 햄은 2-1로 앞선 채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웨스트 햄West Ham United

후반에도 웨스트 햄의 공세는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후반 2분경, 역습 상황에서 빌라 수비수 에즈리 콘사가 포르날스의 안면을 팔꿈치로 강타하는 거친 파울을 범하는 바람에 퇴장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웨스트 햄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일방적인 공격에 나섰다. 이어서 웨스트 햄은 후반 19분경, 벤라흐마를 빼고 마누엘 란시니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공격에 변화를 가져왔다.

웨스트 햄의 지속적인 공격은 경기 막판 빛을 발했다. 먼저 후반 35분경, 라이스의 롱패스를 안토니오가 헤딩으로 떨구어준 걸 보웬이 받아서 드리블로 치고 가다가 슈팅을 가져간 게 빌라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손끝을 스치면서 뒤로 흘렀으나 이를 먼포스트에서 쇄도해 들어오던 포르날스가 가볍게 밀어넣으며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이어서 4분 뒤에 안토니오의 돌파에 이은 패스를 받은 란시니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이타적으로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보웬이 논스톱 슈팅으로 빈 골대에 밀어넣으며 4-1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웨스트 햄West Ham United

빌라전 최우수 선수는 단연 라이스였다. 라이스는 선제골을 어시스트했고, 1-1 동점 상황에서 직접 중거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넣었다. 3번째 골에서도 기점이 된 롱패스를 전달해주었다. 비록 상대 골키퍼의 환상적인 선방에 막히긴 했으나 후반 32분경엔 강력한 프리킥으로 빌라의 골문을 위혐했다.

이 경기에서 라이스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볼터치(92회)와 패스(78회)를 자랑했다. 찬스메이킹 역시 2회로 공동 1위였다. 슈팅은 3회를 시도해 2회를 유효 슈팅으로 가져갔다. 공중볼 획득은 3회로 팀 내 2위였고, 드리블 돌파도 1회를 성공시켰다.

벤 존슨 & 데클란 라이스Sky Sports Statto

이 점이 라이스가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다. 지난 시즌까지 라이스는 수비적인 역할을 주로 수행했다. 단일 시즌 최다 골은 2골(2018/19 시즌과 2020/21 시즌)이 전부이고, 최다 도움 역시 2019/20 시즌 3도움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번 시즌 PL에서만 1골 3도움을 올리며 단일 시즌 최다 도움 타이를 10라운드 만에 달성했다. 게다가 유로파 리그에서도 3경기에 출전해 벌써 2골을 넣고 있는 라이스이다(공식 대회 기준 3골로 단일 시즌 최다 골).

비단 단순 공격포인트만 올린 게 아니다. 그는 경기당 찬스메이킹 1.2회와 드리블 성공 1.6회로 단일 시즌 최다 수치를 기록 중에 있다(찬스메이킹은 지난 시즌 0.7회가 기존 커리어 하이였고, 드리블 성공은 2019/20 시즌 경기당 1.3회가 최다였다). 공격 전반에 걸쳐 예전엔 보여주지 못했던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라이스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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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그가 장점인 수비를 등한시 하는 것도 아니다. 이 경기에서도 그는 8회의 경합 승리와 8회의 소유권 회복은 물론 태클 4회와 가로채기 2회, 그리고 걷어내기 1회를 기록하며 수비적으로도 높은 수치를 자랑했다.

이번 시즌 전체 기록을 놓고 보더라도 그는 경기당 2.7회의 태클과 2회의 가로채기를 성공시키며 지난 시즌까지의 커리어 평균치(태클 2.4회와 가로채기 1.6회)를 상회하는 수치를 올리고 있다. 심지어 경기당 파울(1.6회)과 슈팅 차단(0.9회)로 커리어 하이다(종전은 파울 2019/20 시즌 1.1회, 슈팅 차단 2017/18 시즌 0.5회).

라이스는 이번 시즌 PL 10경기에 모두 풀타임 출전해 25회의 태클과 20회의 가로채기, 16회의 드리블 돌파, 15회의 공중볼 획득, 13회의 상대 페널티 박스 안 볼 터치, 12회의 찬스메이킹에 더해 11회의 걷어내기를 기록 중에 있다. 7개 부문에서 모두 10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라이스가 유일하다. 이번 시즌을 통해 공격에도 눈을 뜨면서 기존 수비 특화 미드필더에서 공수 겸장 완성형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라이스이다.

데클란 라이스 시즌 스탯Squawka Football

지난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물론 첼시 같은 PL 강호들이 라이스 영입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짐나 웨스트 햄에서 1억 파운드(한화 약 1600억)를 요구하자 영입을 포기했다. 하지만 라이스는 실력으로 본인의 가치를 입증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웨스트 햄 감독 데이빗 모예스의 코멘트를 남기도록 하겠다.

모예스 "우리가 라이스 이적료로 1억 파운드를 정했던 건 바겐세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바겐세일 기간은 지나갔다"

데클란 라이스Eurosport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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