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더 브레멘Getty Images

'샬케부터 브레멘까지' 명가들의 몰락... 2부 리가행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샬케에 이어 북독을 대표하는 명문 베르더 브레멘마저 2부 리가 강등이 확정됐다. 이와 함께 분데스리가 전통의 강호 두 팀이 동시에 강등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명문 구단을 뽑으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꼽고 있다. 이들의 뒤를 잇는 구단은 바로 브레멘과 샬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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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은 분데스리가에서 바이에른 다음으로 가장 꾸준하게 성적을 낸 구단이다. 브레멘은 1963년 분데스리가가 창설된 이래로 1979/80 시즌 17위로 강등이 되어 1980/81 시즌 2부 리가에서 1시즌을 뛴 걸 제외하면 58시즌 중 57시즌을 분데스리가 소속으로 소화하면서 바이에른과 함께 가장 오랜 기간 분데스리가에 속했던 구단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바이에른은 분데스리가 처음 설립됐던 1963/64 시즌에 2부 리그에서 머물고선 두 번째 시즌부터 합류했다). 이제는 도르트문트에게 역전을 당했으나 2018/19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최다 승과 최다 승점 2위를 달리고 있었다. 현재도 3위를 유지 중에 있었던 브레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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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분데스리가 우승은 4회로 바이에른(30회)과 도르트문트(5회),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5회)에 이어 4위에 위치하고 있고, 독일 FA컵에 해당하는 DFB 포칼 우승 횟수는 6회로 바이에른(20회)에 이어 최다 우승 2위를 자랑하고 있다. 1991/92 시즌엔 UEFA 컵 위너스 컵 우승을 차지했다(유로파 리그의 전신으로 각국 FA컵 우승팀들이 참가하던 대회).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바이에른의 최대 대항마는 도르트문트가 아닌 브레멘이었다.

Per MertesackerBundesliga Twitter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공격 에이스 메수트 외질과 수비의 중추였던 페어 메르테자커가 떠나면서 브레멘은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다. 구장 확장 공사로 인해 재정 상태가 좋지 못했기에 제대로 된 대체자를 보강하지 못한 것. 이후 브레멘은 하위권을 전전했고, 자연스럽게 분데스리가 2인자 자리도 도르트문트에게로 넘어갔다.

브레멘은 사실 지난 시즌에도 33라운드까지 강등권인 17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위기의 순간 34라운드 최종전에서 쾰른에게 6-1 대승을 거두며 기적적으로 16위를 차지했고, 2부 리가 3위 하이덴하임과의 승강 플레이오프 1, 2차전 끝에 잔류에 성공했다. 그마저도 2경기 모두 무승부였으나 원정 다득점 원칙(1차전 홈 0-0 무, 2차전 원정 2-2 무)에 의거해 천신만고 끝에 잔류했던 브레멘이었다.

이번 시즌은 23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중위권인 11위에 위치하면서 내심 유로파 리그 진출권까지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브레멘은 11경기 2무 9패의 부진에 빠지며 추락했다. 특히 25라운드부터 31라운드까지 7연패의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브레멘은 33라운드 기준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권인 16위에 있었기에 자력으로 잔류 가능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에 브레멘은 최종전을 앞두고 과거 브레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토마스 샤프 감독을 임시 감독으로 임명하는 강수를 던졌다. 심지어 브레멘은 최종전 경기 막판까지만 하더라도 샬케가 17위 쾰른을 상대로 0-0 스코어를 이어가준 덕에 잔류의 마지막 불씨를 살려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4분을 남기고 쾰른이 수비수 세바스티안 보르나우의 헤딩골로 1-0 승리를 거두면서 마지막 순간 브레멘은 2부 리가로 강등됐고, 쾰른은 16위로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에 이르렀다.

분데스리가 최종전 성적Kicker

브레멘 이전에 먼저 강등된 팀은 바로 샬케이다. 샬케는 분데스리가 시대가 열리고 나서의 성적 자체는 브레멘에 비해 떨어지는 편에 속한다. 분데스리가 우승은 단 한 번도 없고, 분데스리가 경기 수와 승리에 더해 승점까지 모두 7위에 위치하고 있다. 좋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명문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아쉬운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샬케는 1970/71 시즌엔 아르미니아 빌레펠트와의 경기에서 샬케 선수들이 돈을 받고 일부로 패하는 승부조작을 벌여 대대적으로 2년 출전 정지 징계 처분을 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에이스 스탠 리부다와 핵심 수비수 롤프 뤼스만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이 샬케를 떠나 해외로 진출했고, 간판 공격수 클라우스 피셔와 수비진의 리더였던 클라우스 피히텔 같은 선수들은 샬케에 잔류하면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출전 정지 징계가 6개월로 경감되면서 다시 샬케 선수들은 돌아왔으나 핵심 선수들이 대거 은퇴한 1970년대 후반부터 하위권을 전전하다가 결국 80년대엔 분데스리가와 2부 리가를 오가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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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샬케가 전통의 명가로 불리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샬케가 분데스리가 이전 시대에 총 7회의 독일 챔피언에 오르면서 뉘른베르크(8회)와 함께 양강으로 군림했던 과거가 있고, 독일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팬 베이스를 자랑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독일 내만 따지면 도르트문트보다도 더 서포터 수가 많은 팀이 바로 샬케이다).

게다가 샬케는 1980년대 말에 올라프 톤과 옌스 레만 같은 유스 출신 재능들이 등장했고, 명단장으로 명성을 떨쳤던 루디 아사우어의 영리한 선수 영입 수완으로 능력있는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다시 상위권으로 급부상하면서 1996/97 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로 유럽 대항전 우승(UEFA컵)을 차지한 데 이어 2000/01 시즌과 2001/02 시즌 2시즌 연속 DFB 포칼(독일 FA컵) 우승을 달성하면서 분데스리가 시대 이후만 놓고 보면 황금기를 구가했다. 특히 2000/01 시즌 샬케는 분데스리가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었으나 추가 시간 4분에 역전 우승을 내주면서 준우승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당시 샬케가 바이에른과 승점 동률인 상태에서 골득실에서 앞섰으나 바이에른이 추가 시간 4분에 함부르크 상대로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면서 승점 1점 차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이로 인해 샬케에겐 '4분 챔피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비록 샬케는 분데스리가 우승은 없지만 포칼 결승 진출 횟수는 12회(이 중 우승은 5회)로 바이에른(23회)에 이어 당당히 2위를 달리고 있다. 포칼 준우승 횟수는 7회로 최다이고, 분데스리가 준우승 횟수 역시 7회로 바이에른(9회)에 이어 2번째로 많다. 말 그대로 준우승 제조기인 셈이다. 이런 점들이 샬케가 명문으로 불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샬케는 브레멘보다도 더 일찌감치 강등이 확정된 팀이다. 샬케의 강등은 지난 4월 21일, 아르미니아 빌레펠트와의 30라운드에서 조기 결정됐다. 샬케의 시즌 성적은 3승 7무 24패 승점 16점으로 독보적인 최하위다. 이는 바로 위의 순위인 17위 브레멘이 기록한 승점 31점과 비교해도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승점이다.

샬케의 부진은 이미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시작됐다. 전반기만 하더라도 분데스리가 5위를 달리며 내심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었으나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와의 후반기 개막전에서 2-0으로 승리한 이후 16경기 무승(6무 10패)으로 시즌을 마감한 것. 후반기 성적(1승 6무 10패 승점 9점)만 놓고 보면 최하위로 강등된 파더보른(1승 5무 11패 승점 8점)에 이어 2번째로 안 좋은 성적이었음에도 전반기에만 승점 30점(전반기 성적은 분데스리가 전체 5위)을 올린 덕에 잔류할 수 있었던 샬케였다. 지난 시즌 후반기의 부진이 이번 시즌에도 이어지면서 샬케의 무승 행진은 무려 30경기(10무 20패)까지 연장됐던 바 있다.

이 와중에 샬케는 다비드 바그너 감독 경질을 시작으로 마누엘 바움과 임시 감독 후프 스티븐스를 거쳐 크리스티안 그로스에 이르기까지 무려 4명의 감독이 부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팀 내부적으로도 많은 마찰이 있었다. 지난 해 11월 23일엔 훈련 도중 나우두 코치와 충돌한 베테랑 공격수 베다드 이비세비치가 방출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샬케는 과거 팀에서 활약했던 베테랑 공격수 클라스-얀 훈텔라르와 왼쪽 측면 수비수 세야드 콜라시냑에 더해 前 독일 대표팀 수비수 슈코드란 무스타피까지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나섰으나 반등은 커녕 더 큰 수렁으로 빠져들 뿐이었다.

심지어 도르트문트와의 더비 라이벌 매치를 앞두고는 샬케 서포터들이 팀 호텔을 방문해 농성하는 일이 발생했다. 훈텔라르가 부상을 안고 있었음에도 그의 이적을 승인한 메디컬 팀에 의구심을 표한 것. 도르트문트전이 끝나고는 분노한 샬케 서포터들이 펠틴스 아레나 홈구장 난입을 시도하는 사건도 있었다. 결국 샬케는 코칭스태프와 보드진까지 모두 물갈이하는 강수를 던졌고, 자연스럽게 강등 수순을 밟아야 했다.

이렇듯 브레멘과 샬케는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명문이었으나 이미 지난 시즌부터 위험 징후를 드러냈고, 결국 이번 시즌 들어 악몽과도 같은 한 해를 보내다가 강등을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샬케는 31년 만에 강등이고, 브레멘은 41년 만에 강등이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7/18 시즌엔 당시까지 유일하게 분데스리가 창단부터 줄곧 개근했었던 북독의 또다른 명가 함부르크가 구단 역사상 최초로 2부 리가로 강등되는 일이 있었다. 이후 아직까지도 승격하지 못한 함부르크이다. 2021/22 시즌,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는 독일 2부 리가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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